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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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 (원로들의 애정표현)

        70년대 초 극장가에서는 ‘포세이돈 어드벤쳐’ 와 같은 재난 영화가 유행 했는데 그때 내가본 영화중에 찰톤 헤스톤이 주연으로 나오는 <에어포트 74> (Airport74)라는 영화가 있었다. 보잉737 대형 여객기가 도착지 공항 근처에서 착륙준비를 하며 상공을 선회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경비행기에 부딪쳐 동체에 구멍이 뚫리고 조종사가 죽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후 수석 스튜어디스가 조종간을 잡게 되는데 지상에서 무전으로 보내는 지시에 따라 많은 승객의 생명을 무사히 착륙하게 하는 정말 스릴 만점의 영화로 기억된다. 그 사고를 유발한 경비행기 조종사는 활주로를 이륙하자마자 곧 바로 상공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후 사라졌다. 나는 그 자가용 경비행기 조종사가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집에 있는 부인에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전화를 하면서 행복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는 마지막에 ‘I love you !’ 라고 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다.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하면서 때때로 서양 사람들의 신사다운 메너를 보고 느끼는 점이 더러 있었다. 그 사람들의 하얀 피부와 금발의 머리, 세련된 몸매와 매력적인 패션도 눈길을 끌지만, 밝은 표정과 자연스러운 언행은 참으로 편안하고 여유 있게 느껴졌다. 서양에서는 나이 많은 노인들도 젊은이 이상으로 부부간에 즐기는 문화가 일상화 되어 있고 애정표현을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보여진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노인들도 부부가 카메라 앞에서 정답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데서 햄버거와 콜라를 들고 벤치에 앉아서 편안하게 식사를 때우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나 유원지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을 한 노인 부부가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마음과 육체의 건강을 가꾸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거닐거나 더러는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벼운 키스를 하는 등 스킨십의 장면도 심심찮게 접할 수가 있다.

 얼마 전 원로 장로님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지리산을 다녀왔다. 여행 중에 한 원로 장로님은 집에 남겨 두고 온 권사님에게 자주 전화를 하곤 하였다. 휴게소에 들렸을 때도 지금 어디쯤 왔다는 것, 또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신 후에도 그리고 숙소에 들었을 때에도 거의 실시간대로 상황을 알려 드린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분들이 “장로님은 참으로 자상하게 잘 하신다”고 하자 그 장로님은 “늙은이가 집을 나서게 되면 집에 있는 사람은 불안하게 생각하고 걱정을 하기 때문에 안심시키느라 자주 연락을 해준다”고 하셨다. 내가 그 장로님에게 전화를 자주 해 드리는 것은 좋지만 끝낼 때 반드시 “여보! 사랑해!”라고 하셔야 된다고 했더니, 장로님 말씀에 “그건 좀 쑥스러워 잘 안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때 다른 장로님이 집에 있는 부인 권사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소상하게 보고한 다음 “I love you!” 라고 했다. 저쪽에서 “당신 무슨 일이 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장로님은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목사님이 옆에서 반드시 ‘여보! 사랑해!’라는 말을 해야 된다고 해서 그런다”고 했다. 저쪽에서 “어쩐지!…” 하고는 이어서 “Me too!”라는 즐거운 반응을 해 주었다. 이 정도는 누가 권하지 않아도 평소의 모습이여야 되는데 아직은 좀 어색한 것 같다. 나는 우리교회의 모든 원로 분들에게 이런 식으로 젊고 멋있게 사는 방법을 계속해서 권하고 싶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