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05.20 14:57:46
1874

어른에게 물어 보라

옛날에 부모의 나이가 70이 넘으면 자식들이 깊은 산골짜기나 외딴곳에 굴을 파서 약  간의 먹을 것과 함께 산 채로 버리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예    절을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겼던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믿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려장(高麗葬)과 관련된 설화는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고려장을 나라에서 법으로 제정하여 시행하던 시기에 있었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 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사신이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고는 거기 따른 답을 내어 놓으라고 했으나 조정에서는 그 문제의 해답을 알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었다. 지정한 날짜가 다 되어갈 무렵 신하 중 한사람이 왕에게 아뢰기를 “전하! 대국의 황제가 제시한 문제로 인하여 걱정하지 마옵소서. 소신이 이 문제의 해답을 아뢰겠나이다!”라고 했다. 왕은 반색을 하며 “경이 그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어서 말해보라. 과인이 크게 상을 주겠노라”고 하였다.

문제는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생김새가 똑같은 두 마리의 말을 매어놓고 그중에 어미 말과 새끼 말을 구별하라는 것이었다. 신하는 건초(乾草-소나 말의 먹이가 되는 꼴) 한 묶음을 가지고 와서 말 앞에 던지고는 이것을 먼저 먹는 말이 새끼이고, 양보하는 말이 어미라고 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목침(木枕-나무토막으로 만든 베개)을 놓고 나무의 뿌리 쪽과 위쪽을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신하는 통에 물을 떠다놓고 목침을 넣었는데 약간 가라앉는 쪽이 뿌리 쪽이고 위로 뜨는 쪽을 가지 쪽이라고 대답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중국의 사신은 탄복하면서 “귀국에 이런 훌륭한 대신이 있는 줄 몰랐소이다”하며 크게 칭찬하고 돌아 갔다는 것이다.

임금이 그 신하를 불러놓고 “경은 어떻게 그런 지혜를 알고 있었는가?” 하고 물었다. 이때 신하는 임금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죄를 자백하는 것이었다. 내용인즉 70이 넘은 늙은 아버지를 국법대로 고려장을 하지 않고 집에다 숨겨둔 채 몰래 봉양해 왔다. 어느 날 퇴청하여 아버지 방으로 문안을 갔더니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에 근심이 있음을 직감하고 조정에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아들은 중국 사신이 던진 질문 때문에 왕과 신하들이 곤경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고하였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를 일러주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모든 내역을 알게 된 임금은 크게 깨달은바 있어서 국법을 어기며 아버지를 봉양한 신하에게 벌을 주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하고는 약속대로 상급을 내렸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로 우리나라에 고려장 제도를 폐지되었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젊은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지혜가 있다. 그것은 지나온 세월동안 만고풍상을 다 겪으면서 몸으로 체험하고 깨닫게 된 생활의 지혜요 경륜인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눈부신 과학과 기술,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와 지식을 향유하지만 그것이 오랜 세월 속에 몸에 배여 생활 속에 묻어나오는 삶의 지혜를 능가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처럼 도덕과 윤리가 혼미해 지고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는 때이고 보면 그래도 부모들 세대의 문화와 정서를 소중히 여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들에게서 받은 정신적인 유산과 신앙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야 하겠기 때문이다. 

옛날 모세는 가나안 시대를 열어가게 될 젊은 세대들을 향하여 “옛날 일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신 32:7)고 하였다. 정보화 시대의 첨단 문화와 지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역사의 연륜과 어른들의 체험을 거울로 삼아 더 나은 지식과 문화로 발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