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7.05.06 14: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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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격증

홍영희(洪永憙)선생은 그가 지은 <사랑받는 자녀교육>이라는 책의 서문에 엄마의 자격증에 대하  여  논한바 있다. 몇 년 전 작고하셨지만 그분은 유아교육의 전문가로서 이 분야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펴내기도 하였다. 그의 부인되는 신경자 권사님은 유치원 교사로 시작하여 원장에 이르기까지 50년 이 상  유아교육의 현장을 지켜 나온 분이기도 하다. 홍영희씨가 강조하는바에 의하면 인간 세상에는 어떤 것이라도 마땅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책임 있는 일을 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약사, 비행기의 조종사, 기차의 기관사, 자동차의 운전사, 선박을 운항하는 항해사, 무선사, 음식점의 영양사, 조리사, 심지어 이발사, 미용사, 부동산 중개사, 아파트 관리사에 이르기까지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 맡겨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르치는 가장 요긴한 일을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는 사람이 마음대로 저지르도록 내버려 두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이든지 일정한 자격증(license)을 갖추어야 그를 인정하고 신뢰하며 책임성 있는 일을 맡기게 된다.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는 일은 막중한 책임성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격과 소양이 구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절대로 발급해서는 안 될 중요한 자격증임에 틀림이 없다. 국가나 사회가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긴 경우나, 또는 자격증을 가지고도 책임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무자격자가 빚어내는 잘못된 결과가 자기 한사람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별문제이지만, 그로인하여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끼치는 경우라면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신체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서 결혼을 하게 되면 저절로 아기를 낳고 부모가 되는 줄 안다. 옛날 사람들은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제 먹을 것을 타고 난다’고 했다. 별 탈이 없으면 저절로 커 가고 사람 노릇을 하게 된다는 뜻일 게다. 사람을 동물같이 생각한다면 먹을 것을 잘 공급해 주어 신체적으로 발육하는데 지장 없게 해준다면 부모의 역할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격체로서 인간의 요소를 갖추게 하기 위하여 교육을 시키고 교양을 쌓게 해야 되는데 이런 것이 어떤 제도나 규칙에 의해서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아무리 발달된 교육제도와 사회적인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일만큼은 부모의 역할보다 더 우선되는 것이 없다. 요즘 준비가 안 된 철부지들 때문에 낳기만 하고 아무데나 유기해 버리는 불쌍한 생명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생명의 존엄성을 모르는 엄마 아빠들로 인하여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배움의 기회와 성장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현상도 얼마든지 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태어나더라도 그 속에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법인데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는 영혼의 본성을 찾지 못하게 되면 이 또한 방치된 생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나의 자녀들아 너희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다시 너희를 위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하노니”(갈4:19) 라고 한 것도 자식을 낳고 기르는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라고 본다. 자격증이 있는 엄마는 잘 먹이고 잘 입히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과 교육을 잘 받게 하여 지성인이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알게 하고 섬기게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소양(素養)이요 중요한 자녀교육법이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