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6.12.10 0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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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행복 그리고 소망
 

일본 오사카의 호리우치(堀內 顯)목사님은 내가 오래전부터 잘 아는 분    으로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고명하신 목사님이다. 그분은 일본처럼 복음을 받    아들이기 어려운 토양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지금은 대 교회로 성장 시켰으며, 일찍부터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와 네트워킹을 갖추고 선교뿐만 아니라 각종 구호 단체에까지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호리우치 목사님의 부인되는 하루꼬(明子)사모님 역시 존경심이 가는 훌륭한 분이다. 두 분 다 지금은 칠십이 훨씬 넘은 나이지만 젊은 사람 못지않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특히 하루꼬 사모님은 전형적인 일본 여성답게 단정한 외모와 지성적인 품격을 갖춘 분이다.

40여 년 전 호리우치 목사님이 오사카 외곽의 허허벌판 야호(八尾)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시작했을 때부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감당해왔다. 지금은 일본 굴지의 교회로 성장하여 관서 지방에서 중심 교회가 되었고, 여러 곳에 지교회를 세우고 많은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는데, 어쩌면 오늘의 그레이스 미션이나 호리우치 목사님의 입지가 하루꼬 사모님의 숨은 봉사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분은 1남 2녀의 자녀들을 경건한 가정교육을 통하여 반듯하게 잘 키워서 교회와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잘하는 모범적인 사람들이 되게 하였다.

그렇지만 세상에서는 아무리 훌륭하고 행복한 가정이라도 시험이 있고 아픔이 따르는 법. 이 가정에도 맏이자 외동아들인 타케치카(剛親)상이 몇 년 동안 투병을 하다가 작년 이맘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타케치카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아버지가 설립한 노인복지 기관 킹스 가든(Kings Garden) 공생원(供生園)의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5년 전 근육에 발병한 종양으로 3개월을 넘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기도하는 가운데 기적적으로 버티어 나가다가 결국 작년 11월 19일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5년간이나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죽기 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는데 본인과 가족들은 그 정도로 연명한 것이 성도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라고 믿고 있었다. 타케치카의 장례는 공생원이 있는 기세(紀勢)라는 곳에서 치르고 몇 일후 가족들이 오사카에 올라와서 별도로 추도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본 교회 교인들과 평소 호리우치 목사님을 잘 아는 많은 분들이 슬픔을 당한 목사님 내외를 위로하기 위하여 모여와 있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비통해 하실 목사님 내외분을 뵙기가 민망한 지경이었는데 그날 추도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전혀 색다른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1부 예배가 끝나고 2부 순서를 가졌는데 그것은 타케치카의 유아기에서부터 성장기, 그리고 학생시절과 결혼 후의 가정생활, 사회활동 등 그의 일대기를 영상물로 보게 하였다. 죽은 자식의 생전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가슴을 애리는 듯한 아픔이 있었을 것인데 이외로 사모님은 모인사람들 앞에서 웃는 얼굴로 “타케치카는 우리에게 행복을 준 아들이었습니다”하고 인사를 한 것이다. 보통 그런 자리인 경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말문을 열기조차 민망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날 사모님의 태도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목사님 부부는 자식의 죽음을 하나님께서 불러가신 사실 그대로 받아드린 것이며 슬픔이나 원망 같은 것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아들을 낳아서부터 자라는 과정에 저들에게 안겨주었던 기쁨과 행복을 되새기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다는 것이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죽음이라는 슬픔의 현장에서도 참 사랑과 행복, 그리고 소망의 의미가 어떤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체험하면서 큰 은혜를 받았다고 하였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