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6.12.03 00: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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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지기 정신과 이어지는 행복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먹거리 중에 향토색 짙은 브랜드가 있다. 거기에는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과 함께 정성이 담긴 손맛이 들어 있다. 예 를 들자면 경주의 황남빵이나, 통영에 있는 충무 할매 김밥, 그리고 천안 의 명물로 불리는 호도과자가 그런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도 사람들의 입맛과 기호에 따라서 많이 발전해 왔고 또 대부분 값싸고 편리한 인스턴트식품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비롯해서 전국 어느 곳이나 없는 곳이 없고, 또 남녀노소 모든 계층이 다 선호하는 식품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호도과자가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수익성 있는 상품으로 인기를 누리게 되자 여기저기서 유사품이 나오고 또 자동 기계화 시설을 갖추어 대량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70년이 넘도록 호두과자 하나에 전념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있다. 올해 92세인 심복순(沈福順)할머니…. 천안 성심교회 권사님이신 이 할머니는 어린 시절 측량 기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부유한 가정에서 불편을 모르고 자랐으며 대전 정명 여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살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남편 조귀금씨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는데 일찍부터 대전에 있는 한 제과점에 점원으로 일을 한 것이 빵과의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되었다. 그는 13세 때 일본인 주인을 따라 일본에 가서 본격적으로 제빵 기술을 배워 왔다. 이후 이들 부부는 천안의 특산물인 호두와 흰팥을 원료로 하여 그 유명한 호도과자를 개발한 것이다. 그 시절만 해도 먹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때에 비싸지도 않고 오며 가며 쉽게 먹을 수 있는 호도과자가 오래도록 인기를 누리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길들여 놓았다.

이토록 70년이 넘게 한길을 걸어오면서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성공하게 된 것은 심복순 권사님의 청지기 정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교회에 나가고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훈련된 심권사님은 평생 동안 하나님과의 약속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오신 분이다. 그분의 신앙은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신 28:1)고 하신 말씀을 확신하고 따르는 삶이었다. 권사님은 “선선자(先善者) 후득복(後得福)”을 가훈으로 하고 언제나 선을 베푼 다음 반드시 축복이 따라온다는 믿음을 자손 대대에 실천하도록 가르치신 것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어느 때는 천안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재산가였다고 하는데 그 재산을 자기와 가족들만을 위해서 쓰려 하지 않고 베푸는 삶을 실천한 것이다. 그분은 “돈은 언제나 돌고 돌다가 잠시 내 손에 머무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곧 썩는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 자기 평생 10개 이상 교회를 세우게 하여달라는 기도를 했고 결국 그 약속을 지켜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교회를 지어서 봉헌했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신학생들을 뒷바라지해서 목회자로 배출하는가 하면 장애인 단체와 선교 사업에도 아낌없이 지원해서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 92세의 고령인데도 흔들림이 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3대째 가업으로 계승하는 자손들에게 돈을 벌고 쓰는 것을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청지기 정신으로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여기 심복순 권사님의 신앙과 삶처럼 어떤 경우에나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감사하며 보답하는 삶을 살게 되면 주어진 행복도 흔들리지 않고 대대로 계승되어 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