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06.10.08 2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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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현 교회와 일본인 목사들


지난달 11일부터 15일까지 일본인 교역자 10여명이 우리교회에 와서 세미나를 가진 일이 있었다. 오사카(大阪)에 있는 그레이스 미션(Grace Mission), 오사카의 외곽 야호(八尾)시에 위치한 이교회는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큰 교회이 지만 어느 교회 보다 특이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 교회를 개척하여 40여 년간 목회하는 호리우치(堀內顯)목사는 교회를 성장시키고 인재를 양성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 있는 지도자이다. 그분이 자기교회 부교역자들을 해외로 내보내어 신학적 지식과 함께 국제적인 감각도 익히게 하는데, 이번에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영성과 교회가 지니는 장점들을 직접 보고 배우라고 우리교회로 보냈다.

그 일행들이 우리교회에서 갖는 프로그램 외에 서울의 유수한 교회들을 탐방했고, 사랑의 교회에서는 오정현 목사가 직접 인도하는 다락방교육의 현장을 참관하기도 했다. 목요일 오전에는 서초동에 있는 산정현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곳 산정현 교회와 거기 참관한 일본인 교역자와의 만남이 묘한 관계로 비쳐지는 것을 느꼈다.

산정현 교회는 올해로 설립 백주년이 되는 교회인데 지난 4월 숭실대학교 강당에서 백주년 행사를 성대히 가진바 있다. 해방 후 남쪽으로 내려온 성도들이 제각기 피난 온 곳에서 산정현교회를 계승하다보니 지금은 네 교회가 되었지만 해방 전까지 40년간 역사의 뿌리를 같이하면서 한국교회의 자랑인 순교자 주기철 목사와 산정현교회의 신앙전통을 다시한번 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교단 소속인 서초동 산정현교회는 지난해 본당을 현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분위기로 리모델링하였고 금년에는 지하1층 지상6층의 교육관을 건축 중에 있다. 그 교회를 담임하는 김관선 목사로부터 교회의 연혁과 현황 소개가 있은 다음 준비된 영상물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일본인 교역자들은 말만 들었던 한국교회의 수난사를 눈으로 보면서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만식 장로님을 위시하여 민족 지도자를 많이 배출한 그 교회이기에 당시 어느 교회보다 많은 수난을 겪었고 주기철 목사님과 함께 여러 명이 진리를 파수하기 위하여 옥고를 치렀던 것이다.

일본인 교역자들과 대담을 하던 담임목사가 그 교회에서 백주년 기념 선교사 파송을 계획하며 그 대상지역을 일본으로 정할 때 갈등이 있었다고 하였다. 사실 그 교회 사람들은 지금도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을 생각하면 내심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순교자를 내게 하였던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도하던 목사의 마음속에 “이거다! 바로 그 일본에 선교사를 보내어 예수의 이름으로 그들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경청하고 있던 일본인 교역자들의 숙연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곧 이어서 후지사키목사의 인사말이 있었는데 그는 연신 머리를 숙이며 과거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깊이 사과한다고 했다. 그런 중에도 오늘날 이렇게 부흥하는 한국교회를 부러워하며 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일본인들로 인하여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대감 없이 따뜻이 대하여주고 호의를 베풀어주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아니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 이라고 하였다.

약한 나라를 힘으로 강점하고 고통을 주었던 나라 일본!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다가가며 그들과 함께 복음운동의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임에 틀림이 없다.


출처 : http://www.hu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