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 목회자 칼럼
안 환 목사 2005.09.16 15: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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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숙적

 


언제부터인가 적과의 동침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터 내 삶에 들어와서 살았고, 누가 보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내게 다가왔고, 난 별로 거리낌없이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이러다간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쫓아내려고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다. 부지런을 떨고, 새벽을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잠시 멀리 가는가 싶더니 어느내 내 곁에 붙어와 있다. 이렇게 나는 자꾸 지쳐갔고, 거듭된 실패로 인해 이제는 동거를 암묵적으로 허락한 것 같다.
처음에는 가만히 들어와 살더니 이제는 내 삶에 대해서 참견을 한다. 텔레비전을 켜면 한없이 다른 일을 못하게 만든다. 자꾸만 바보상자에 빠져들게 하고, 내 손안에 있는 리모콘으로 나를 조정하려고 한다. 책이라도 볼라고 하면 내 눈을 무겁게 하고, 마음을 온통 다른 생각의 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성경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책을 펴서 몇장을 읽는데 어느새 알았는지 내 주위에 와서 나를 방해한다. 멀리 가라고 소리를 쳐보고, 위협도 해 보았지만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의 실체를 알아버린 것이다. 조금 버티다가 금새 넘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의 이름은 게으름이다.

갑자기 내 자신이 싫어졌다. 절망과 좌절의 늪을 거닐게 하는 게으름이 싫었고, 또 그것에 매일 져야만 하는 내가 싫었다. 내 자존심이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이 녀석과 싸우고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서, 오늘도 성경책을 읽기 위해서, 설교 준비를 하기 위해서, 내 가족을 조금 더 신경쓰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 아무리 지더라도 싸워야한다. 결코 패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여러분은 적과 함께 동거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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