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예람지기 2013.03.15 0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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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왕 찰스 2세는 유쾌하고 모험적인 일이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한번은 한 척의 놀잇배를 젓게 하여, 친구들과 더불어 뱃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귀족들과 함께 각종 음식을 가득 싣고 기분좋게 부두를 떠나 켄티시 연안으로 향했습니다. 먹고 마시며 흥이 취한 때에 갑자기 하늘이 어둡게 되면서 우뢰 소리와 번개불이 번쩍번쩍하고 비바람이 무섭게 뱃전을 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물결은 사나워져 큰 파도가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놀이판의 흥이 깨어진 것은 물론이고 배 안의 남녀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모두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음식은 흔들리는 파도에 흩어지고 사람의 아우성 소리와 파도 소리만이 높아갔습니다. 아무리 모험을 좋아하는 왕이라 해도 이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사태는 더욱 급해져 사람들은 빠짐없이 손에 닿는 대로 무엇이든 붙잡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귀족들도 평안할 때나 호탕한듯이 행동하지 막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체통도 잊고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잠시 후 폭풍우는 그치고 파도는 잔잔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뱃놀이가 아니라 기도회가 되어버린 모임을 마치고 모두들 무사히 귀가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