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1.05.07 14: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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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의 사모곡(思母曲)
 
 
  우리나라의 화폐 5천 원 권과 5만 원 권에는 이율곡(李栗谷) 선생과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의 얼굴이 각각 새겨져있다. 이율곡이 우리나라 역사에 공헌한 업적이 큰 것만큼 그를 훌륭하게 가르친 어머니의 위대함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5천원권의 아들보다 열배나 큰 5만 원 권의 얼굴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훌륭한 모성으로부터 훌륭한 자식이 난다는 말은 정설인 것 같다.

  미국 제 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87세의 고령인데도 인류의 번영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보다 퇴임 후에 더 존경을 받는 인물로서 200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인들 가운데 ‘가장 귀감이 되는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분이 최근 자기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마더 릴리언의 위대한 선물(원제:A Remarkable Mother)”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그가 설립한 지미 카터 재단을 중심으로 세계 도처에서 자원봉사와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삶을 통하여 보고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릴리언은 한평생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우며 살았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20세기 초 남부의 조지아에서 릴리언의 집은 흑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백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하여 자녀들에게 평화, 자유, 나눔, 사랑, 봉사의 본을 보여주었고 그런 정신이 그들의 가치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미 카터가 대통령 취임식을 하고 백악관에 들어가던 날 기자가 릴리언에게 “아들이 자랑스럽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대뜸 “어느 아들 말이냐?”고 되물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와 같은 그녀의 태도는 대통령이라는 지위보다 삶의 내용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일 것이다. 카터가 4년의 임기를 끝내고 재선에 실패한 다음 고향에 돌아갔을 때 어머니는 지친 아들을 끌어안고 따뜻이 맞아 주었다. 한때 세계를 움직이던 미국의 대통령이었지만 그 순간 천진한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장면이 매스컴에 소개되자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