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1.03.07 01: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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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

 

 

 

  내가 신학교를 다니던 전도사 때 간혹 김홍조 장로님 댁을 방문하곤 가곤했다. 장로님은 갈 때마다 전도사가 왔으니 가정예배를 인도해 달라고 하셨다. 어느 때는 음력설이 가까워 오는 시기였는데 내외분이 며칠을 두고 고민하던 일을 내게 털어놓았다. 내용인즉 섣달 대목에 어장에서 잡히는 생선은 대부분 제사상에 올라가게 될 것이니 장로가 고기를 잡아 우상의 제물을 공급해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명절 때마다 그게 마음에 걸려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어장을 하지 않으면 많은 종업원과 딸린 가족들의 생계가 달렸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때 신학생인 나로서도 그 어른들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어느 젊은 집사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에 와 닿는다. 오랫동안 작품을 연구 개발하여 생활도자기로 발전시켰고 이것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거래처도 확보하게 되었다. 판매계약을 하려는 즈음에 자기가 만든 제품이 그쪽에 가서 술잔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물건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누가 사가고 어떤 데 쓰이는지보다 오히려 투자와 이윤에 따르는 사업성이 우선일 텐데 그래도 그 집사는 하나님의 생각이 마음에 와 닿았다. 마침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 상의를 했더니 두 분 다 권사님으로서 눈에 보이는 이익을 놓치더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분들의 눈에는 보이는 이익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얼굴이 들어왔던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앞서 언급한 김홍조 장로님의 생각이 떠올랐다. 40여 년 전 나에게 털어 놓았던 그분들의 고민을 하나님께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당장 눈 앞에 아른거리는 사업상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하나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던 그 중심을 하나님께서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김홍조 장로님은 3년 전 10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이름 없는 한 사람의 어부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통령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지금 거제도 생가에는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세워져 있는데 민주주의를 이룩한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그분들이 남겨놓은 자취를 읽을 수 있다. 주님의 얼굴이 떠올라서 손에 잡힌 이익을 내려놓는 사람이야 말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의 소유자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