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0.10.02 16: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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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를 자극하는 힘

 
 
  내 친구 가운데 색소폰 연주를 즐기는 목사가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집 앞 공원에서 악기를 연주하면 그 근처에 있는 개들이 모여와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는 것이다. 옛날 성 프란시스(St. Francis)는 새들에게 설교를 했고, 풀이나 나무들과 대화를 했다고 했는데 자기는 그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음악이 동물에게도 감성을 자극시킨다는 주장이다.

 

  이어령 씨가 쓴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에 보면 ‘낙타와 마두금’에 대한 글이 나온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낙타는 다른 짐승과는 달리 새끼를 낳아놓고도 돌보지 않는 못된 습관이 있다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도 모성애가 있는 법인데 낙타는 새끼가 굶어 죽게 되어도 젖을 먹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가까이 오면 발로 차서 죽도록 방치한다는 것이다. 몽골 사람들은 이런 매정한 어미 낙타를 다스리는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그들의 전통 악기 가운데 ‘마두금’이라는 현악기가 있는데 어미 낙타 앞에서 그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마을 사람이 다 모인 자리에서 마두금 연주의 대가를 초청하여 연주하게 하고 목소리가 좋은 여인이 마두금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때 노래를 부르는 여인은 자식 손자를 많이 키워 본 사람이라야 되고 그 부르는 노래는 다정다감하여 심금을 울리게 하는 사랑의 노래여야 된다. 이때 마두금의 떨리는 선율과 여인의 정감 있는 노래 소리에 돌처럼 굳고 차가웠던 낙타의 가슴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낙타의 큰 눈에서 눈물방울이 흘러내린다고 한다. 사막의 모래 바람과 작열하는 태양 볕에 닳을 대로 닳고, 메말라 붙어버린 동물의 마음속에도 본능적인 모성과 숨겨진 애정이 자극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감동이란 말은 느낄 ‘感’자와 움직일 ‘動’자의 합성어인데 마음속의 느낌을 통하여 움직임의 행동이 따르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어떻게 낙타처럼 굳어져 있는 그 마음의 정서를 요동치게 하느냐는 것이다. 찬송과 기도와 말씀 앞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그 힘의 원천을 사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