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7.25 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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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不可思議) 한 일

 

 
  10여 년 전, 러시아의 수도 모스코바 500km 거리의 작은 도시에서 교회당을 건축하고 입당식을 하였다. 인구 약 5만 명 정도의 시골 도시에서 3천 평 정도의 부지에다 연건평 2천 평이나 되는 현대식 건물을 지었다. 우리교회가 건축비 일부를 지원했더니 1년 후 예배당 입당식에 초청을 해 왔다. 모스코바에서 밤기차로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그때가 11월 중순이었으므로 우리나라의 한겨울만큼 추웠다.

 

  3층 건물의 옥상에다 의자를 놓고 200 여명의 신자들이 일부는 앉고 일부는 선채로 예배를 드리는데 순서나 형식이 산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환경이나 분위기도 그렇지만 진행자나 순서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예배에 대한 개념이 없어보였다. 틀에 잡힌 예배 형식이 아니더라도 기도나 설교, 간증, 찬양 등 격식도 없고 질서도 없이 즉흥적으로 아무나 불러서 세우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다가 할 말이 없으면 들어가고 하는 식이었다. 선교사가 우리말로 통역을 해 주기는 하지만 무슨 말을 무슨 뜻으로 내뱉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지붕도 없는 옥상에서 한 시간 이상 앉아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추위에 숙달되었지만 우리는 발끝부터 온 몸이 얼어붙는 것같이 떨리기 시작했다. 보기가 딱했던지 중간에 우리를 차에 태워 집으로 데리고 가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게 했다. 그러고 다시 와서 앉았는데 예배는 계속되어 두 시간 반쯤 걸리는 것 같았다. 그 중간에 나와 한국에서 온 다른 한명의 목사를 소개하더니 각각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게도 했다.

 

  우리의 정서로서는 은혜도 되지 않고 오히려 짜증만 나는 행사였는데 그 행사가 마칠 무렵 회중 속에 일어나는 기적을 보았다. 모두가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데 거기에 성령이 역사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전혀 예배적인 느낌이나 감동이 없이 무의미하게 진행되던 그들 속에도 하나님이 역사하신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예배가 끝난 다음 서로가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하는 간증을 하면서 환하게 밝은 모습으로 자리를 뜨게 되는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참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말의 지혜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