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예람지기 2010.06.27 10:56:50
2000

 

하나되게 하는 힘

 

 
  세계인이 공감하는 스포츠의 정신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말한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힘, 사람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힘이다. 인종과 이념과 계층 간의 장벽을 허무는 일에 스포츠가 정부의 힘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지금 남아공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가 열리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종차별과 빈부격차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 출전조차 금지되던 나라였다. 인권의 사각지대로 보편적인 가치마저 인정받지 못했던 그곳에서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화합과 평화의 축제가 무르익어 가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꿈과 같은 일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유럽에서 건너온 소수의 백인들이 인종차별의 악법을 수단으로 절대 다수인 흑인 원주민들을 짐승처럼 취급하면서 착취와 학대를 일삼아왔다. 약 350년 동안 이어져 온 그 어둠의 시기를 청산하고 민주화의 꽃을 피우며 세계를 향하여 화합과 공존의 상징으로 우뚝 서게 한 인물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다. 이번에 월드컵 대회 개막식 행사가 열린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은 세계인에게 화합과 평화의 상징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0년 2월 13일 27년간의 감옥생활을 하던 만델라가 출감한지 이틀 뒤에 그곳 경기장에 모인 8만5천명 군중 앞에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4년 후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오래도록 쌓여온 인종차별의 후유증을 치료하고 흑백으로 구분된 피부색깔의 갈등을 새로운 무지개의 나라로 조화시키는 일에 국정의 목표를 두었던 것이다. 대통령 취임 1년 후인 95년 럭비 월드컵 대회가 남아공에서 개최되었다. 흑인이 집권하자 사람들은 럭비가 백인들의 경기라는 이유로 페지시켜야 된다고 했지만 그는 공을 들여 그 대회를 자기나라에 유치했다. 그해 6월 24일 주최국 남아공과 뉴질랜드 팀의 결승전이 열리는 엘피스 파크 경기장에는 만델라 대통령이 자기 나라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VIP석에 앉았는데 이를 본 선수들이 사기가 충천하여 연장전 끝에 뉴질랜드를 꺾고 우승을 했다. 그 순간 6만2천여 관중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등 모두가 하나 되는 장면을 연출해내고 말았다.